일이 줄어드는 AI 교육, 공공기관에 필요한 것
정경 · 한국AI평생교육협회 협회장

오후 두 시, 한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무실. 사례관리사 한 분이 모니터 두 대를 켜 놓고 있다. 왼쪽에는 상담 기록, 오른쪽에는 상급 기관에 올릴 실적 보고 양식. 오전에 대상자 세 분을 만났고, 이제부터 퇴근까지는 그 세 번의 만남을 문서로 옮기는 시간이다. 이분의 본업은 사람을 만나는 일인데, 하루의 절반은 서류를 만드느라 시간을 보낸다.
공공기관과 복지기관에서 AI 교육을 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 장면이 공공기관 AI 교육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준다.
공공기관 실무자가 필요한 건 신기함이 아니다
민간 기업 교육과 공공기관 교육은 출발점이 다르다. 기업은 AI로 매출을 올리거나 시장에서 앞서가고 싶어 한다. 공공기관 실무자의 바람은 훨씬 소박하고 그래서 더 절실하다. 서류 작업에 뺏기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에 들어오는 AI 교육 상당수는 여전히 AI 기능 중심이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고 시를 쓰는 걸 보여준다. 수강생은 감탄하고 돌아가서 다음 날 똑같은 양식 앞에 앉는다. 그리고 배워온 AI 기능으로 뭘 할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한다. 감탄과 업무 사이에 연결 다리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AI 교육의 성패는 단순한 질문 하나로 갈린다. 교육이 끝난 뒤 실무자의 업무시간이 실제로 줄었는가.
최근 진행한 6회 교육에서 확인한 것
최근 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총 6회, 파트별로 나눠 교육을 진행했다. 전 직원을 강의실에 모아 같은 내용을 한 번에 전달하는 대신, 파트마다 따로 만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센터 안에서도 상담 파트와 사업 파트와 행정 파트가 다루는 문서와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 양식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실습해야 교육이 업무로 이어진다.
내용은 두 가지에 집중했다. 정해진 양식에 문서를 자동으로 채우는 방법, 그리고 프로그램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서 초안까지 만드는 방법. 화려한 기능은 하나도 없었다. 대신 실무자들이 매주 반복하는 일 두 가지를 골라 그 시간을 줄이는 데만 매달렸다.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몇 시간 걸리던 결과 정리가 눈앞에서 몇 분으로 줄어드는 걸 본 분들이 “오늘 오후부터 써보겠다”고 했다. 교육이 끝나자 센터에서는 심화과정을 요청했다. 특강 한 번으로 끝나는 교육과, 다음 단계를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지는 교육의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도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방법을 몰라서
이 교육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런 기능이 있었어요?”였다. 이미 전 직원이 계정을 갖고 있었다. 도구는 이미 책상 위에 있었는데,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서 검색창처럼만 쓰고 있었던 것이다.
공공기관의 AI 격차는 예산 격차가 아니다. 도구 격차도 아니다. 방법을 아는 사람이 있는 기관과 없는 기관의 격차다. 그래서 교육 한 번의 효과가 민간보다 오히려 크다. 같은 도구를 쓰던 사람들이 같은 날 방법을 알게 되면, 기관 전체의 업무 속도가 한 번에 바뀐다.
AI가 문서를 채우는 동안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공공기관 AI 교육을 설계할 때 협회가 붙잡고 있는 기준은 하나다. 실무자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여주는가.
정신건강복지센터 실무자가 AI 교육을 받는 이유는 프롬프트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서류에 쓰던 오후 시간을 대상자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복지기관 종사자가 AI를 배우는 이유도, 주민센터 직원이 배우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AI가 문서를 채우는 동안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공공기관 AI 교육은 시연이 짧고 실습이 길어야 하며, 전체 교육보다 파트별 교육이 낫고, 강사는 그 기관의 문서 양식을 먼저 물어봐야 한다. 신기한 AI를 보여주는 교육은 어디에나 있다. 공공기관에 필요한 건 일이 줄어드는 AI다.
한국AI평생교육협회는 검증된 AI 교육 강사를 기업·공공기관·학교에 연결하고, 강사양성과정을 통해 현장에 투입 가능한 강사를 배출합니다.